동사는 처음 생각나는 뜻보다 문맥 안에서 필요한 뜻을 찾아보자
과학자가 되는 일은 ‘모든 일에 의문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번역을 하면서 표현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역은 단순히 외래어를 한들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동사는 영한 번역에서 문장 끝에 오므로 그 문장을 읽은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임팩트가 큽니다. 처음 생각나는 뜻이 ‘과연 이 문장이 적합한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다른 뜻을 찾아내야 차별화된 번역이 됩니다.
한 줄 걸러 나오는 say 나 tell은 의미를 세분화시키자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영어는 왜 그렇게 say를 밥 먹듯이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는 직접 따지기보다는 ‘내 맘 알겠지.’ 또는 ‘그래서 그랬겠지.’와 같은 추측이 많은 반면 서양 문화에서는 추측하는 대신 모든 것을 분명하게 직접 말하기 때문일 거라고 설명했었지요.
하지만 같은 say라 해도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다릅니다. 영어는 우리말보다 분화가 덜 되어 있어서 영어에서 똑같이 say를 쓰는 경우라도 우리말에서 문맥에 따라 모두 다르게 번역되어야 합니다. 다른 예로 우리말로는 ‘옷을 입다’, ‘양말을 신다’, ‘반지를 끼다’, ‘핸드백을 들다’ 등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행동을 영어에서는 wear라는 한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학생들은 종종 ‘옷도 입고 양말도 입니다’는 식의 말실수를 합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 보면 “He lost a lot of blood/hairs/the game/the way/the weight.”라는 문장을 보면 모두 lose라는 동사를 사용하지만 뒤에 붙는 말에 따라 우리말로는 ‘피를 많이 흘리다’, ‘탈모되다’, ‘게임에 지다’, ‘길을 잃다’, ‘살이 빠지다’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됩니다.
Say나 tell의 우리말 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표현을 선택할 것인지는 말하는 사람의 직업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합니다. 한영 번역을 할 때는 반대로 ‘전달하다’, ‘진단하다’, ‘판정하다’를 각각 deliver, diagnose, rule 등으로 번역하는 대신 say나 tell로 번역합니다.
[출처] [번역, 이럴 땐 이렇게] [ 이다새] [조원미 지음] [Page.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