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대 영어교육에 대하여
이공대 졸업생의 영어 실력
취업을 하면 회사에서 진학을 하면 대학원에서 이공대 졸업생들의 영어실력은 악평을 받고 있다. 매년 3,700여 명의 신입사원 중 95% 정도를 이공계 인력으로 채용한다는 어느 기업의 인사팀장은 이공계 졸업생들의 영어 실력이 모자라 해외 학술지와 논문을 읽고서 기술을 습득하거나, 관련 엔지니어들끼리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가 매우 러렵다고 지적한다. 한편 대학원에서 해외학술지에 투고할 논문을 쓰는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던 과학교수는 "학부에서 배운 영어가 형편 없다. 내가 이 학교에 과학을 가르치러 왔는지 영어를 가르치러 왔는지 모를 정도다"라는 불평을 한다.
원어민을 포함한 유능한 영어 교수진에다 나름대로 짜임세 있는 영어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데 어찌하여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일까? 몇 몇 이공대는 TOEFL TEPS 등의 졸업요건을 충족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게끔 영어를 강조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이공대 영어 교육의 문제점
1.영어 교과내용의 수준이 너무 낮다. 대학원에서는 해외 학술지에 투고하면 영어에 대한 시비 없이 accept되는 논문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공대 필수영어는 paragraph writing이나 한 두 페이지 짜리 essay writing을 가르치는 것이 고작이다. 기업체에서는 이공계 졸업생들이 관련 엔지니어들끼리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공대 필수영어는 "귀 띄고 입 연다"고 중3 수준밖에 안되는 의사소통 훈련에 도취되어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영어실력 양성을 하지 않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다 바보 만들어 내 보낸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올만 하다.
2. 이공대 필수영어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두 학기 동안에 완성시키거나 아니면 상당히 높은 수준가지 샹상시키려는 것은 무리다. Total immersion 환경에서 몇 년씩 영어로 생각하며 영어로 생활을 해야 비로서 머리 속에서 번역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한 말을 듣자마자 자연발생적으로 말대꾸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욕망이다. 이공대 필수영어는 두 학기 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다 한 가지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다. 이공대 필수영어는 과학논문 작성능력과 과학논문 구두발표 능력 양성에만 집중하여 과학기술자가 갖춰야 할 기본을 마련해줘야 된다. 신입생 전원이 꼭 이수해야 되는 이공대 필수영어는 영작문과 과학논문 작성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회화, 영문강독, 시청각영어, 영미소설 등은 다다익선이지만 졸업 전까지 선택과목으로 이수하도록 권장하면 좋겠다.
3. 영어수업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기회가 전무하다. 수업시간에 배운 영어를 전공분야의 기초필수(수학, 일반물리, 일반화학, 일반생물, 전자계산) 과목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이공대 영어교육과 이공계 전공과목 사이에는 아무런 연과성도 없다. 해외유학을 결심한 소수 신입생이나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이공대 필수영어는 힘 안드는 학점 취득수단 같이 보인다. 이공대 필수영어를 "영어로 강의를 하는 특정 과학과목"과 연계하여 가르침으로써 영어공부와 과학공부가 상부상조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4. 이공계 전공과목의 숙제에 밀러 전공과목과 무관한 영어에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다. 반대로 좀 생각을 해야 되는 writing assignment를 자주 내주면 영어숙제 하느라 전공과목 공부가 희생된다고 이공계 교수들이 불평을 한다. 이공대 영어교육과 이공계 전공과목은 상부상조의 관계가 아니라 시간을 서로 더 빼앗으려는 라이벌 관계이다. 영어로 강의를 하는 특정 과학과목과 연계하여 이공대 필수영어를 가르치면 이런 라이벌 관계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동기부여와 흥비유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5. TOEFL 550, 560점은 별 의미가 없다. 소수 이공대학이 ITP550점 또는 560점을 졸업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최저 선일뿐 별 의미가 없다. Ivy League Schools는 620점 이상을 요구하는 데도 많다. TOEFL 공부는 TOEFL 점수를 올ㄹ리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어도 진짜 영어실력을 높이는 데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런 졸업요건이라도 있기에 영어공부를 하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코 자만할 것이 못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출처][화학세계 0408][107][영문 제대로 쓰기]
유대식 [전 포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