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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畵像(자화상)
관리자
작성일 : 17-08-19 07:32  조회 : 11,804회 

自   畵   像

                      윤  동  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一九三九.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