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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때려 치우고 스타트업 가려면 (3)
관리자
작성일 : 15-11-21 21:51  조회 : 11,489회 

3. 내가 충분히 도전적인지 생각해보고 옮겨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을 놓치곤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실제로 신사업과 관련된 진취적인 일을 많이 했다 치더라도,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비즈니스(영업, 매출관리 등)와는 다른 ‘기획’과 관련된 일들만 했을 확률이 높고, 그 전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부서들의 도움과 노력에 의해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그런 업무 환경’과는 작별이다.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온갖 터프(tough)한 경험과 날것(rare)인 상태들의 연속이다. 오히려 큰 회사에서 내가 겪던 정치적 갈등이나 위계적 구조와 의견 묵살 정도는 애교인 경우가 많다. 최소한 회사의 메인 비즈니스는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니 그런 것 아니던가. 생각보다 우리는 기존에 일하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어서, 정말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에 남겨졌을 때 모래성을 쌓는 것 조차 익숙치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많다.

스타트업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당신이 회사에 기대하는 ‘기본’이라는 게 있었다면 스타트업은 그 ‘기본’ 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당장 없는 그걸 만들어내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몫이다. 그건 내 일이 아니고 누군가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스타트업에 최소한 공동창업자나 핵심 멤버로서 생각하고 이직한다면, 그건 당장 내가 해야할 일이며, 주변의 동료들을 위해서 세워야 할 탑이다.

또는, 이걸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온 것에 익숙했던 경험(특히 대기업이나 컨설팅 등 큰 회사에서)이 많은 사람이라면, 당신이 배운 그 지식들은 오히려 쓸모없을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지만,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에 맞는 가볍고 당장 할 수 있는 솔루션이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이건 개발이든 경영이든 마찬가지이며 당장 ‘lean(가볍게 기대어)’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건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해야할 일인 것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메카 Y Combinator(소규모 초기(seed)투자와 교육을 실시하는 미국의 유명 인큐베이터)에서 전설에 가까운 ‘Paul Graham’선생께서 한 말이 매우 인상 깊다.

‘규모가 안 나오는 일을 해라.’ (Do Things That Don’t Scale.)

내가 선데이토즈에서 가장 초기에 했던 일 중의 하나가, 일하던 지친 친구들 휴가 신청을 눈치보지 않고 할 수 있게, Google Docs로 간단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고 휴가 체계를 만들었던 일이다. 외부의 거창하고 무거운 솔루션들은 당연히 비싼데다 필요도 없었고,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먼저 필요한 것 부터 닥치는 대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스타트업의 일이 ‘실행’되는 모습이다. 내가 개발자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리소스(인력, H/W, S/W)는 항상 모자라니까.

애니팡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당시 인원으로는 정말 턱없이 모자라 매일 밤을 새는 그 헬게이트 틈바구니에서,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도 ‘로켓에 올라타세요’로 유명했던 간단한 채용지원 페이지를 만들어 여기저기 올리고, 주변에 전화해가며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다. 누가 해달라는 얘기 안했지만, 당장 필요했기 때문에 했었고, 누군가의 지시사항에 의해 만들었다면 이런 일들은 ‘실행’되지 않는다. 큰 방향에 대해 경영진과 코드를 맞춰두었다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팀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의 멤버로서 적합한 사람 아닐까.

 

[출처][2015년 11월 19일]http://www.mobiinside.com/kr/index.php/2015/11/19/heo-unicor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