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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때려 치우고 스타트업 가려면 (4)
관리자
작성일 : 15-11-21 21:52  조회 : 12,297회 

4. 자유로운 업무환경과 막강한 권한의 뒤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외부에서 보는 스타트업은 매우 자유롭고 혁신적이며, 소통이 편안한 분위기에 기존 내가 있던 회사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복지들로 가득찬 달콤한 선물상자 같은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혁신하겠다며 Hip한 분위기에, 기존 다니던 직장과는 차원이 다른 Cool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그건 그저 겉 모습이고 현실을 이야기하자면,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마저 없다면, 내부에서 정말 견디기 힘들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나중에 회사가 상장(IPO)까지 하면서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보통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라고 하며, 각각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상호통제할 수 있도록 조직별 분리 시켜야 한다) 회계팀, 재무/IR팀, 인사팀, 경영지원팀, 마케팅/홍보팀 등등을 점차적으로 분리해서 세팅해야 했지만, 그 이전에는 30명이 될 때까지 모든 경영관련 일들은 내가 혼자 해야만 했었다. 실로 막강한 권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말이 쉬워 혼자서 하는 것이지 막상 이런 상황에 여러 이슈들이 겹쳐서 닥치게 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내 역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매일매일 받게되고,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내 책임을 회피할 곳 역시 없다. 비단 이런 경영관련 일 뿐만 아니라 서버개발이든 클라이언트/프론트 개발이든 어느 직무를 막론하고 다 똑같은 상황인 것이다.

만약 내가 책임지고 있는 부분에서 어떤 큰 사고라도 터진다고 가정해보자. 큰 회사야 이런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팀이라도 있겠지만, 이건 나 혼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결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누군가의 악의적 고발 민원으로 사법기관의 조사요청을 받았는데, 대응하기 위해 수십 페이지의 답변서류 쓰고 새벽에 퇴근한 다음, 그 다음날 9시에 조사 받으며 제출하고 나서야 무혐의 처분 받았던 적도 있다. 모든 것이 다 내 일인 셈이다.

소위 스타트업들의 실험적인 복지들(회사에 수영장이 있네, 야근이 없네, 집에서 재택할 수 있네, 해외로 워크샵을 가네)은 사실 이런 무거운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와 보상인 것이며,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고, 이상적이지도 않을 것임을 장담한다. 스타트업의 생활이란 프랑스의 대규모 전쟁의 아름다운 군단이 아닌 베트남에서 대규모 미군 화력과 싸워야 하는 게릴라전이며, 정글 숲을 헤치며, 때로는 내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쟁터다.

나중되면 여러분도 익숙해지겠지만, 창업 3번정도 해 본 나 조차도 매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전에 있던 큰 회사에서 내가 숫자 하나 바꾸면, 자회사의 직원들이 해고되는 상황도 겪어보고, 어떤 의사결정 하나로 커다란 부서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상황도 자주 보긴 했지만, 스타트업에선 직접 내 손으로 어떤 일들을 직접 결정해야만 하고, 클릭 한 번과 메시지 한 번에, 그 여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짧은 시간 안에 누구, 어디, 상의는커녕 내 스스로 당장 결정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들의 연속이다.

 

[출처][2015년 11월 19일]http://www.mobiinside.com/kr/index.php/2015/11/19/heo-unicor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