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양일 R’FN 대표가 미디엄에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스타트업으로 가려는 당신을 위한 5가지 조언’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글을
모비인사이드에서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어느 날, 내가 알던 어떤 친구가 갑자기 좋은 직장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간다고 한다. 예전에 나와 편하게 술 마시던 어떤 지인은
스타트업을 하나 차리더니 코스닥 상장(IPO)해서 몇천억대 부자가 되어 페라리를 끌고 다닌다고 한다. 외국계 투자자로부터 몇 천억 투자 받은
회사의 CEO가 예전 직장의 부하직원이다.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을까? 내가 하면 더 성공할 수 있을것만 같다.
다들 장밋빛 이야기들을 하고, 몇백억 투자 받았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들리지만, 최근 몇년 전,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스타트업으로 옮겨봤던 사람 입장에서, 그리고 최근 다시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몇 달간 약 1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고 이야기한
경험을 토대로 이 바닥의 현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그저 기사에서 접하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성공스토리, 장밋빛 판타지들 보다는 무척 사실적일
것이다.
2008년 어느날 갑자기 같이 다니던 회사 그만둔 아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저 창업했어요.”
“어 그래? 뭐
하는데?”
“게임 만드려구요”
“그래, 놀러갈께. 뭐 필요한 거
없냐?”
“아직 사무실도 없는데요. 엄마네 학원에 얹혀
있어요.”
이미 예전부터 잘 알던 친구지만,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고 하니, 한 세 번 창업했다가 망했던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이
고행길로 들어온 동생이 안 쓰럽기도 했고, 대체 뭐 하는지가 매우 궁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엄마가 운영하는 학원의 구석에서 독립(?)하고 나서야
찾아간 그 사무실은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책상 몇 개와 2층 침대가 전부인, 닷컴시절(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내 주변 지인들이
창업했다고 초대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사무실에 앉자마자 약 2시간 동안 그 친구는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해외에는 어떤 사례가 있고, 어떻게
시장을 확장하고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등을 쉬지 않고 침 튀겨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난 게임 마케팅과 관련된 예산, 프로세스, 시스템
등은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일반 IT서비스들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았으며, 실제 게임 만드는 과정을 잘 몰랐었기에 매우 흥미로운
만남이었다.
그게 내가 작년까지 있었던, 살다보니 IPO까지 경험해보게 된, 국민게임 ‘애니팡’을 만든 스타트업인 ‘선데이토즈’의 초기
모습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고 있던 NHN(지금은 두 개의 큰 회사로 분리되었다)의 팀은 네이버와 한게임이라는 서비스의 마케팅, 브랜딩, UX/UI
디자인, UI개발까지 관련된 560명 인원이 있는 본부 단위의 경영전략 조직이었는데, 그때 막 새 일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열심히
직장생활하며 집과 관련된 대출금을 갚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이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카페 같은 SNS, 커뮤니티 서비스와 기술적 시스템이 필요한
디자인 업무를 했던 터였다.
어쨋든 은퇴하긴 했어도 전직 디자이너이기도 하니, 그 친구가 부탁한 ‘CI(Corporate Identity, 흔히 우리는 로고라고
부른다)’부터 시작해서 명함, 회사소개서 등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는 간단한 도움들을 회사 일 퇴근하고 조금씩 도와주었었는데, 사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매출도 미미한데다, 당연히 먹고 살기도 힘든 초기 스타트업이다 보니, 내가 도와주는 일로 돈 받을 생각이 전혀 없기도 했고, 그저 부족한
것, 도와주는게 재미있어 시작한 이 일이,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작업할 모니터 하나 사달라는 부탁을 하고, 책상도 없어 아일랜드
식탁 위에 카드로 긁은 컴퓨터 하나와 복합기(컬러프린터, 스캐너, 팩스 겸용) 하나 사다놓고 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난 그 회사 주식 한 주 없는, 더군다나 Co-founder도 아니긴 했지만, 어쨋든 초기시절부터 회사로서 필요한 각종 시스템들과
필요한 부분들을 닥치는 대로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대놓고 “와서” 도와달라는 부탁도 받게 되었다. 사실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내겐 가족을 위해 대출받은 집 덕분에 억 단위의 빚이 있었고, 당장 내 월급을 포기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당시 나는 다른
큰 제조 IT회사의 offer도 받았었고, 솔직히 어찌보면 내가 옮기기엔 매우 작은 회사이기도 했다. 게다가 옮길까 고민이라고 주변 지인에게
얘기하면, ‘미쳤냐, 그 좋은 회사 남들은 못 들어가서 난리인데 왜 그것도 후배가 사장이라는 회사로 옮기냐’라는 말들 뿐이었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신규 사업 프로젝트도 발담그고 있던 상황인지라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얘기하고도 하던 일 어느정도까진 마무리 짓고,
인수인계 절차들을 밟다 보니, 실제로 그만두기까지는 약 8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더불어 아버지 병 간호도 해야했는데,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말 이 때 아니면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사이, 선데이토즈는 매출 1억도 안 되던 회사에서 10억대로 매출이 늘어났고,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도 받은데다, 원래 받던 연봉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먹고 살고 매월 대출금 갚을만한 정도의 급여는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그리고는 그냥 옮겨 버렸다. 예정된 승진 기회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끊임없이 많은 복지들과 주변 시선들, 그리고 반대를 뒤로한 채…
물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많은 상황이 당연히 나와 같진 않을테고, 만약 그당시에 이성적 또는 전략적으로 결정했더라면 지금의 나와
같은 결과는 없었겠지만, 내 주변의 카카오톡 같은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사람들, 소위 초창기에 고생해서 많은 스톡옵션, 주식과 함께 일종의
‘대박’난 사람들의 대다수는 나와 매우 비슷하게 ‘그냥’ 옮겼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꼭 나처럼 이렇게 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예전 벤처, 닷컴버블 시절도 겪어 봤고, 초기 스타트업의 거의 모든 경험을
먼저 해본 입장에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출처][2015년 11월 19일]http://www.mobiinside.com/kr/index.php/2015/11/19/heo-unicorn-1/